계약도 안 했는데 돈 내라고? 공인중개사 '임장비' 도입 논란 총정리
요즘 부동산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이슈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임장비’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용 청구 방안입니다. 집을 보러 가는 것만으로도 중개사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 제도는 아직 도입되기 전이지만, 공인중개사협회가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벌써부터 시장의 반발과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임장 활동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노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소비자의 선택권과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지금, 과연 이 논의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 짚어보겠습니다.
‘임장’은 부동산 매물을 직접 확인하러 가는 행위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안내를 받아 현장을 둘러보는 형태로 이루어지며, 현재까지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별도의 비용이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 기본보수제’를 공식 과제로 채택하면서 해당 임장 과정에도 일정한 보수를 청구하는 ‘임장비’ 제도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간 제공을 넘어선 중개사의 전문성과 상담 역량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인식되기를 원하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협회 측은 임장 과정에서 실제로 소비자 응대, 현장 동선 안내, 지역 정보 제공, 상담 대응 등 다양한 형태의 전문적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무임으로 반복되는 것은 결국 중개사의 노동 가치를 저평가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며, 이는 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입니다.
또한 임장비가 도입되면 단순 호기심이나 구경 목적으로 매물을 둘러보는 이른바 ‘비계약성 임장’이 줄어들어, 시간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소비자, 특히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집을 구매하거나 임차할 때 여러 매물을 직접 비교·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매번 임장비를 지불하게 된다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에도 금전적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1인 가구, 신혼부부, 청년 세입자 등 비용에 민감한 계층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소비자 단체에서는 공인중개사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되, 계약 성사 시 보수에 통합 반영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임장비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 시도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미 다양한 부동산 플랫폼에서 360도 실내 촬영 영상, 가상현실 기반 매물 체험 서비스 등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임장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중개사와 소비자 간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가 제도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는 공인중개사의 시간 단가에 따라 초기 상담이나 현장 안내에 일정 금액을 받기도 합니다. 다만 대부분은 이러한 비용을 계약이 성사된 후 수수료에 통합하거나, 특정 조건(예: 고가 매물)에서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면적인 임장비 도입보다는 소비자 보호 기준, 계약 전후 명확한 환불 정책, 방문 횟수별 차등 요금제 등 보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임장비 논란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공인중개사의 전문성과 소비자의 권리 사이 균형을 다시 조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개사는 노동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고, 소비자는 과도한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입장이 충돌하는 만큼, 단편적인 제도 도입보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계약 성사 여부와 연계된 유연한 보수 구조, 정보 제공의 범위 설정, 공정거래를 위한 정책 마련 등이 뒷받침되어야 건강한 부동산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